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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끝이 보이는 이별을 예쁘게 담은 영화-스포있음(왕가위, 양조위, 장만옥)

[영화] '화양연화' 끝이 보이는 이별을 예쁘게 담은 영화(왕가위, 양조위, 장만옥)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 보다 슬퍼지려 하기 전에 끝내 버린 중년의 로맨스

 

 

 

■ '화양연화' 정보

영 화 :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감 독 : 왕가위

출 연 : 양조위, 장만옥

정 보 : 로맨스/멜로, 드라마

개 봉 : 2000년 10월 21일(재개봉 2003년 12월 28일)

러닝타임 : 97분

 

 

■ 왕가위가 그린 '화양연화'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는. 그 새가 평생 꼭 한 번 땅에 내려 앉을 때가 있지. 그건 바로 죽을때지. / 아비정전(1990년)

 

왕가위의 영화는 가볍지 않다. 오락영화인 듯 화려한 색깔을 입고 있지만 '아비정전'에서 흰색런닝과 트렁크 바지를 입고 맘보춤 추던 잘생긴 장국영을 미치도록 슬프게 만들어 버리는 게 왕가위 감독이다.

 

 

 

<이별 연습>

 

 

왕가위는 양조위에게 검은색 단정한 수트를, 장만옥에게 화려한 치파오를 입히고, 단조롭고, 정제된 생활을 담담하게 소화하는 평범한 남녀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아슬아슬한 로맨스의 몽환에 빠져들게 한다.

 

'화양연화'에는 긴 대사가 나오지 않는다. 스르르 흐르는 카메라워크만으로 감정의 기복을 전달하고, 서정과 격정, 사랑과 환멸을 말해준다. 그리고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화면의 여백은 많은 관객으로 하여금 보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요소가 많다. 양조위만의 그윽한 시선처리, 매일 치파오로 치장된 위험한 장만옥에 대한 상상, 그들만의 평범하지만 절제된 속삭임. 그리고 영화 속 음악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난 '화양연화'가 떠오른다.

 

 

■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1962년. 홍콩.

차우(양조위)와 첸(장만옥)은 중국 상하이 출신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로 이사온다. 공교롭게 같은 날 그들의 이삿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유별나게 정많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즐기며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나 진짜 가족이 있음에도 첸과 차우의 배우자는 해외출장이 잦아 각자의 부부가 마주할 기회가 적다. 화려하고 분주하지만 외롭다.

 

 

 

<아내의 회사는 이미 아내가 퇴근했다 말한다>

 

 

어느날 첸과 차우는 서로의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넥타이와 핸드백이 각자의 아내와 남편에게 선물해 준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배우자가 서로 내연 관계임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각자의 아내와 남편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놓은 채 상처를 깊이깊이 묻어가야만 하는중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배우자들의 일본 출장으로 둘의 내연관계가 확신으로 굳어가고, 차우는 일본의 아내로부터 이별 통보와 같은 편지를 받게 되고, 차우는 혼자가 되고.

 

 

 

<왕가위는 욕망을 음식으로 표현한다. 둘은 거칠게 나이프를 휘두른다.>

 

 

차우는 아내의 생일날 첸과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하며 아내에게 하듯 겨자를 차우의 접시에 덜어주고, 첸은 차우가 아내에게 늘 하던 행동임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준다. 그리고 차우가 늘 꿈꾸어 왔던 '무협 소설'을 쓰기 위해 취향이 비슷한 첸의 도움을 요청하고, 첸과 차우는 이후 서로에게 적극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호텔방 넘버, 2046호, 2004년 '2046'을 제목으로 왕가위의 영화가 개봉한다.>

 

 

차우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호텔방 2046호을 마련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나, 사랑하면서도 거울에 비친  상대를 바라보는 것에만 만족해야 한다는, '그들과 다르다.'는 상투적인 상념으로 괴로워 하고, 혼자임에도 외출이 잦은 첸에게 '부부는 같이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그들만 알고 있는 순수한 사랑조차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이에 차우는 홍콩을 떠나 싱가폴 지사 근무를 계획하며 첸과 함께 가길 원하지만 첸은 힘들어 한다.

 

 

이윽고 그들은 이별을 연습하게 되고, '남과 다르다'며 부정해 왔던 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 첸은 차우를 안고 서럽게 울지만 이후 차우는 싱가폴 지사로 떠나게 되고, 전날 '화양연화'라는 곡을 라디오를 통해 들으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각자의 방에서 서로의 등을 벽에 마주대고 회상한다. 그리고 차우와 첸은 그 아파트를 떠난다.

 

 

이후 첸은 아파트에 돌아오고, 아이와 둘이 살면서, 차우를 기다리지만 우연히 아파트에 들른 차우는 '아이와 살고 있는 엄마'가 첸인지는 모른 채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게 된다.

 

 

1966년. 차우는 앙코르와트의 무수히 뚫린 구멍 중 하나에 가만히 비밀을 속삭인다. 그리고 '비밀을 묻는 방법'에 따라 구멍에 짚덤불을 막아놓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비밀이 되어 버린다.

 

 

■ '화양연화' OST

지나간 추억을 곱씹으며 뜨거운 감성을 일깨울 때 보기에도 좋다. 감성이 시도때도 없이 눈치없이 밀려와 주체할 수 없는 우울함을 느끼고자 할 때 비와 함께 보면 더욱 좋을 영화다. '화양연화'를 통해 아련하지만 가장 화려했던 그 시절. 추억의 고운 모래 알갱이가 손가락 사이로 사르르 흩뿌려지는 광경이 떠오르면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yumeji's theme>

 

 

 

 

<Quizás, quizás, quizás - Nat King Co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