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이 표지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엔 이 표지그림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시 속 양복 입은 신사는 꽉 조이는 넥타이를 메고, 카메라를 목에 두르고, 피 묻은 손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들고 있다.
이 책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을 살아가는 뉴욕의 잘나가는 변호사이면서 늘 사진작가를 꿈꿨던 <벤 브래드포드>씨 이야기다.
1955년 뉴욕 매너튼에서 출생. 영국에서 주로 살고 있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있단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 수여 받는 등 프랑스에서 매.우. 잘나간다. 자연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고, 똑똑하다는 것쯤 책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다.
더글라스는 많은 작품을 발표 했는데 한국에는 아래 세 가지 소설이 번역되어 있다.
빅피처 2010. 6.
위험한 관계 2011. 5.
모멘트 2011. 10.
브래드포드는 뉴욕의 잘나가는 변호사, 그의 아내는 잘나가는 <코스모폴리탄> 편집부를 나녔다. 잘난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다.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살림만 하는 게 게 남편 브래드포드 탓이라고만 생각한다. 거기다 작가 지망생이기도 했던 아내는 출판사에 제출된 작품이 출간되지 못하자 좌절한다.
그리고 아내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가정은 위기에 처한다. 쳇. 여기까지는 통속적인 이야기다.
벤 브래드포드는 아내가 사랑(그냥 불륜이다 ㅡㅡ;)한 남자를 우연히 죽인다.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브래드포드를 현실에서 죽인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아내와 불륜관계에 있던 <게리 서머스>로.
<벤? 이제부터 내 이름은 게리 서머스다. 나는 사진가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카메라를 좋아했다. 나중엔 상당 수준까지 올랐으나, 등록금 등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고, 변호사는 나중에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되는 쉼표로 생각하기로 했다...가 현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미술을 좋아하던 더 잘나가는 선배 변호사가 암을 선고 받은 것이다. 꿈을 꾸다 현실에서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저지른 살인. 이로 인해 뒤바뀐 인생. 변호사 <브래드포드>가 연금을 받으며 능력없는 사진가로 살아가던 <게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아내와 아이들을 잊은 채 살아야 하는 끔찍한 생활의 연속에서 <사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게 될 즈음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
쉴틈없이 펼쳐지는 사건사고는 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한다. 복선은 꼬리를 물고, 작가의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카메라에 대한 해박함은 사진을 좋아하는 닭큐를 흥분시켰다. 아이를 둔 부부의 무미건조한 생활과 심리상태가 상세히 묘사된다.
다만 마지막 마무리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쩧 수 없다.
내가 꿈꾸던 삶. 그러나 어쩔 수 없게 된 강제적인 삶. 행복할까? 행복할 수도 있을까? 간만에 재미나게 읽은 작품. 닭큐가 읽은 책은 46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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