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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아빠의 일기

닭큐 2011. 11. 3. 07:00
2011. 10. 29 토요일 날씨 맑음.

아들이 학예회를 했다. 아들은 약 3주 전에 뭘 발표할지 결정했었다. 근데 그게 잘 안됐다. 아빠 때문이다. 아빠가 맨날 야근해서 아들과 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예회 일주일 전. 아들이 회사로 다급하게 전화했다.


"아빠! 이래저래서 발표가 어려운바, 다른 대안을 모색하여 주시기를 긴급 요망드린다능"
"흠... 어린이는 역시 리코더가..."
"흠... 역시. 아빠의 높고, 깊은 혜안에 감탄을 금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지 않을 수 없다능. 아빠. 땡큐라능"


뚜~~뚜~~뚜~~



3일 연습하더니 아들이 리코더를 대충 분다. 토요일 당일. 뭐 음악이다 싶을 정도는 불었다. 아빠로서는 정말 기가막혔다. 어떻게 저 짧은 시간에 저럴 수 있지? 음악적 소질이 매.우 뛰어난 건 아닐까? 닭큐의 우월한 유전자를 제대로 이어 받았구나. 교육받으면 줄리어드음 대에서 초청할라나? ㅋㅋ

사실 마눌님에게 학예회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빵빵 쳤었다. 근데 결국 아들 혼자 해낸 것이다. 귀여운 넘. 결국 아들이 가정의 평화를 지켜낸 것이다.

그래서 여기다 일기를 쓴다. 가정의 평화를 묵묵히 지켜낸 아들 자랑할라고. ㅋ

오늘 일기 끝.




아! 하나 더!

아들 학예회에 참석해따. 닭큐가 가진 게 카메라 뿐이라 아이들 한 명씩 모두 찍어주니 약 400장을 넘게 찍었다. 대충 정리해서 CD로 선생님께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아들 일기장에 이런 말쌈을 남기셨다.

무척이나 기쁘고 좋았지만 <사진작가> 뒤에 <님>자가 빠져 서운함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진짜 끝.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