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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백정은 도살업자다? 박은봉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조선시대의 백정은 소나 돼지를 잡는 도살업에 종사했던 천인이다.


조선시대의 '백정(白丁)'에 한한다면 옳은 얘기. 그러나 고려시대의 백정은 도살업과 전혀 상관없는 일반 농민이었다. 신분도 천인이 아닌 양인이었다.

'백(白)'이라는 한자는 '희다'라는 뜻과 함께 '없다', '아니다'라는 뜻도 있다. 백의민족의 백의는 '흰옷'이 아닌 '염색하지 않은 옷'을 말한다. 즉 백.정.은 '정(丁)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럼 '정(丁)'은 무엇인가? '정(丁)'은 '정호(丁戶)'를 말한다. 고려시대의 정호는 국가에 대해 일정한 직역(직업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며, 향리나 군이이 대표적인 예다.

백정은 위 정호에 대비되는 말로 국가에 대해 일정한 직역이 없는 자들을 말하는 것으로 대다수 일반 농민이 이에 해당했고, 직역이 없는 대신에 성을 쌓거나 길 닦는 것 같은 일반 요역을 지고, 세금을 부담했다.



닭큐가 매.우. 어렵게 구한 조선시대 백정의 도살장면. 예리한 칼이 돼지의 등을 거침없이 갈랐다.



그럼 고려 때는 도살업자를 뭐라고 불렀을까?

양수척 또는 화척이라 불렀다. 양수척은 후삼국시대부터 고려 초 무렵에 들어와 정착한 말갈 또는 거란인의 후예로 알려져 있으며, 도살업 외에도 유기(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만듦)를 만들어 팔거나 육류를 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고 시간이 지나며 '화척', '재인'이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백정이 돼 도살업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까?

조선 초 세종 때의 양인확보 정책(양인 숫자를 늘려 세금 수세원을 확보) 때문이었다. <세종실록> 5년(1423) 10월 8일자 기사를 보면, 병조에서 세종에게 "재인이나 화척을 백정이라 부르게 하고, 땅을 나눠주어 일반 백성들과 어울리게끔 하자"는 건의를 하고, 세종은 병조의 건의를 받아들여 재인과 화척에게 백정 칭호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즉 화척과 재인에게 세금을 더 받기 위하여 백정으로 '승격' 시켜준 것이다.

화척과 재인을 백정으로 승격시키자 진짜 백정인 농민들은 불만스러웠고, 새로 백정이 된 자들을 '신백정'이라 부르며 선을 그었다. 결국 일반 농민들은 '백정'이란 칭호 대신 평민, 양민, 촌민, 백성 등으로 불리게 되었고, 백정은 도살업자를 가리키는 말로 격하되었다.







위 내용은 박은봉 교수님의 책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의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많은 오류가 있습니다. 오류의 원인으로는 일본 제국주의가 뿌려놓은 식민사학이 낳은 의도된, 그러나 아직 청산되지 못한 오류, 해방 후 나라 만들기 과정에서 생성된 오류, 거슬러 올라가 조선 후기 집권세력의 성리학적 지배질서 강화와 맞물려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성 오류 등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는 학계에서는 이미 충분히 공유되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전합니다.


이에 아예 따로 카테고리를 분류하여 재미있는 얘기를 요약하여 전하고자 합니다. 책을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에헴하며 잘난 척 할 수 있을 정도로 근거도 탄탄합니다. 책은 보다 더 재미있으니, 구입을 권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상식바로잡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