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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SNS/직장인 닭큐의 시선

[회상] 2003. 10. 14 신당역 기적.

가끔씩 딴지일보에 들어가면 꽤 잼나는 글들을 읽을 수 있다. 옛날옛날 벌써 아주 먼 옛날 이야기인데 신당역에 사람이 지하철에 끼어 있었고,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하철을 밀어 사람을 꺼냈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멀뚱이 지켜보고 있을 때 '밀어보자'고 한 사람이 외쳤고, 모두 동참한 것이다.

누군가 시작한 것이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을 위해. 누구나 머뭇거릴 때.

가끔 나 자신을 똘아이라 생각하지만 2009년 쯤이었을 거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기사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가을에 광명시에서 소녀시대도 부르고, 김종국도 불렀었다. 인디밴드 축제의 장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던 관련 음악축제가 스타가수 몇 명 불러 인디밴드를 소외 시켰다는 비난이 많았던 축제였지만 어쨌든 스타들이 온다니 광명시민운동장에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었었다.

나 역시 울 가족들 데리고 잼나게 관람하고, 한창 사진에 취미 붙였던 때인지라 최대한 앞으로 가서 무대를 찍고 싶기도 한 때였다.

그리고 소녀시대가 나올차례였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일어나 앞으로 밀려갔다. 사회자는 개콘에 출연하던 개그맨이었는데 안전의 문제니 뭐라니 하며 앞으로 오지 말라고. 여러분이 질서를 지켜야 소녀시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앞으로 밀려오고...

"여러분 제발 뒤로 물러나 주세요."
"뭐야 쟤는."
"저는 시의원입니다."
...

그 와중에 그나마 우리를 대표한다는 시의원이 관중 사이에서 그런식으로 말했으나 누구도 동요하지 않았다.

근데 꽤 앞줄에 앉아서 카메라 들고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청소년들이야 아이돌이 넘 보고 싶고, 경제적인 여건 등 여러 이유로 이런 기회가 흔하지는 않을텐데, 누군가 뒤로 가야한다면 어른이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미쳤었는지 앞줄에 앉아 있던 나는 일어나 "어른들은 뒤로 가자"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었던 것 같다.

처음에 "쟨 또 뭐야"라는 반응이었으나 몇 번을 반복하며 뒤로 조금씩 움직이자 내 주변에서 호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일어났고, 뒤로 조금씩 움직였다. 청소년들은 계속 앞으로 나왔지만 어른들은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때 난 그냥 시민이었고, 일반 관객 중 하나였을 뿐이다. 하지만 상식이 통하자, 누구의 말도 듣지 않던 많은 어른들이 나와 함께 호응해주었다.

다행히 질서는 유지 되었고, 공연은 다시 시작되었다.

신당역에서의 누군가의 시작이 정말 감명 깊은 이유다.
우린 모두 누군가가 될 수 있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시키는 것이나 잘하자, 튀면 죽는다, 괜히 얘기하면 정 맞는다.'라는 공식이 일상화된 사회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씁쓸해지는 요즘이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오직 나만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간만에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니 무척 반갑기도 하다.

약 3년 정도 전의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 부끄럽다.

2009년의 나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그때의 미쳤지만 상식이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난 그럴 수 있을까?

참고로 인천의 '락 페스티벌'이 있다. 청소년 밴드 양성에 큰 도움이 되고, 인디밴드의 축제라고 들었다. 암튼 신인음악인들이 즐겁게 놀 수 있었던접할 멋진 아이템이다.

근데 여기 책임자가 광명에서 인디밴드 축제를 시작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광명의 음악브랜드가 살아날 때쯤 그저 돈 많이 들인 단순한 콘서트로 전락시키고, 인천에 보물을 빼앗기게 만든 상당히 멍청한 광명시장이 있었다.

이제 곧 대선이다. 올바른 리더를 뽑지 않는다면 지켜보는 국민은 고달플게 뻔한데 사람들은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노동자라면, 사회소외계층이라면,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이 멍청한 월급 적은 시민이라면 나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하는데 현실은 이와 크게 달라 너무나 아쉽다. 힘을 합치면 될 것 같은데. 나같은 직장인이 세금 조금 더 내고, 등록금 같은 따위 적게 내면 그게 복지 아닌가? 모두가 보편적으로 편하게 살면 이렇게 아등바등 거리지 않을텐데.

암튼 간만에 잠도 안오고, 기사 보고 끄적여 봤다.



http://www.ddanzi.com/blog/archives/108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