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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 하늘호수 너무 머찌지 않은가? 매우 강추


하늘호수로떠난여행
카테고리 시/에세이 > 테마에세이
지은이 류시화 (열림원,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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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은이 : 류시화 펴낸곳 : 열림원 1판 57쇄(2004년 3월 19일)

며칠 전 회사에 후배가 새로 들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인도를 꼽은바 있다.

이유를 묻자 대뜸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권했다.  또한 지은이가 류시화란다. 제목보다는 류시화라는 이름에 끌렸다.

내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밤하늘을 빼곡하게 채운 별을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물론 어린나이에 충북 옥천이라는 저 아래 시골마을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갔던 기억은 있다. 그 시절은 마을 앞 금강에서 또래 사촌들과 함께 텐트도 치고,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앞에 보이는 수박밭에서 마음대로 수박을 가져다 먹을 수 있던 때였다. 또 강바닥을 뒤져 돌맹이를 뒤집어 올갱이를 한 손 그득하게 담아 행복해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밤하늘에 많은 별들이. 하지만 나는 보지 못했다. 보았다 하더라도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의 기억이 단지 평온한 일상의 일부분이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여름 경기도 가평에 휴가차 다녀온 적이 있다. 숲 가운데를 동그랗게 오려 팬션하나를 만들어 놓았더랬다. 난 그 동그란 창을 통해 밤하늘의 촘촘했던 별빛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내가 내 어린시절과 달라진 것은 세상의 소중한 것들이 빠르게 빛을 잃고 있다는 것과 내가 그 시절 보다 많은 것을 학습하여 그 지식을 토대로 '난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가둬두고 있다는 것 정도다.

인도서부쪽 파키스탄 인근의 마을 "쿠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관광명소도 아니었다. 그 곳은 류시화가 눈을 감고 여행가기 위해 지도 위에 찍은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가 투숙한 호텔의 방 천장은 뻥 뚫려 있었고, 구멍을 통해 본 하늘은 류시화에 의해 호수라는 칭호를 더했다. 그는 그 곳에서 우주를 봤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시를 썼다.



시인이기에 시를 쓴 것일까? 아니면 인도의 그 하늘 호수가 그를 시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

간단한 수공예품을 인도 상인은 1천 루피(3만원)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부르고, 류시화는 흥정을 통해 70루피에 산다. 그리고 기분 좋아져서 류시화는 그 자리를 떠나려 한다. 그 때 이 인도 상인은 그에게 묻는다.  "아 유 해피?" 내각 직역하면 "좋냐?" 정도겠지만 류시화는 상인과의 대화를 통해 철학을 말한다. 상인은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류시화에게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신의 문제다"

수도승들은 류시화를 만나기 위해 천년을 기다렸다고 하고, 구걸하는 거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고, 기차가 4시간을 연착해도 기관사가 신년회에 참석하여 늦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고, 닭과 오리가 뛰어다니는 버스 위에서 사소한 주제로 심오한 토론을 벌이는 남루한 차림의 인도인들.

류시화는 인도를 사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인도는 아름다웠다.

 [기억나는 문장]

 

너무 잊기 싫은 문장이 많고, 이를 모두 담아내기는 어려운바 예스24의 텍스트로 대신한다.

출처 :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1795?scode=029&srank=1

 

한 대학교수가 있었다. 그는 미국인이었다. 캘리포니아의 UCLA대학 사회학과 교수였던가. 어느날 그는 동료교수들과 함께 네팔로 관광여행을 떠났다. 도중에 그는 여행경유지인 인도 북부의 바라나시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의 이야기는 갑자기 끝이 난다. 왜냐하면 존 아무개라는 그 교수는 그곳 바라나시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그는 네팔로도 가지 않았고 미국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생에서 그런 순간을 조심해야 하리라. 저기 어딘가에서 인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꽃과 태양과 비의 나라, 사막과 해변과 만년설의 나라, 영원한 지혜를 축복하는 신들의 나라가!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이 평범한 일상을 탈출해 그곳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pp. 202-203


 

'첫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는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이것이다.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p.54


 

존 아무개라는 그 교수는 그곳 바라나시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으니까. 그는 네팔로도 가지 않았고 미국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생에서 그런 순간을 조심해야 하리라. 저기 어딘가에서 인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p.202


 

전생에 나는 인도에서 살았다. 어떤 장소엘 가거나 누구와 애기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도 꼭 한번 이런 상황이 일어난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이른바 데자뷔(기시감)현상이다. 몇해전 올드 델리에서 나는 그것보다 휠씬 더 신비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자전거 릭샤를 타고 옛 성곽을 보러 가는길이었다. 릭샤운전사 샤부가 뜻모를 애기를 중얼거리지만 않았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찬드니 쵸크시장을 꾸불꾸불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샤부가 말해다. '난 당신을 압니다.당신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분명히 당신을 기억해요'--- p.187


 

저울을 준 신

동인도 캘커타 시내에서 둥근 저울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무게를 달아 주고 1루피(30원)를 받는 직업을 가진 인도인 남자는 인생이 행복한가를 묻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행복의 양과 불행의 양은 같은 겁니다. 신이 내게 주지 않은 것 보다 준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지요. 신은 내게 벌어먹고 살 저울을 주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난 얼마나 행운입니까. 이 저울을 주지 않았다면 우리 식구는 굶어 죽었을 거에요.'
--- p.214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었어요. 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 수 있을 거예요.' 비시누는 언제나 그렇게 희망적이었다.

-아름다운 도둑 중에서
--- p.57


 

'어디로 가든지 너무 자신을 끌고 다니지 마시오.한 장소에 앉아서도 많은 걸 볼 수 있으니깐요.좋은 여행이 되길 빌겠소. 그런 잘 가시오.나마스카'--- p.201


 

'무엇을 하며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내가 묻자 머리를 산발한 요가 스승이 말했다.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
--- p.229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거야. 그대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게.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대 자신이야. 먼저 그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어.--- p.69


 

마음이 내키지도 않는 상태에서 1백 루피, 약 3천 원 정도를 적선한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노인은 내게 작은 베풂에도 보답하는 자세를 가르쳤고, 가난하지만 아직은 부유함을 잃지 않은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노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잘난 체 하며 말한다. 나처럼 인도 여행을 멋지게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어떤 국가 원수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연 아침마다 누군가가 와서 환상적인 피리소리로 잠을 깨워 주었겠느냐고. 내가 알기로 인도 역사상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 p.115


 

마드라스를 떠나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차루를 만났다. 작별 인사도 할 겸, 그 동안 타고 다닌 릭샤 값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차루는 또 손을 흔들며 허풍을 떨었다.
' 돈은 주고 싶은 대로 주세요. 전 아무 문제없습니다.'
내가 일부러 정색을 하면서, 그럼 1루피(30원)만 줘도 되겠느냐고 묻자 차루는 외쳤다.
' 노 프라블럼!'
그러면서 차루는 당당하게 덧붙였다. 1루피만 줘서 내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자기의 친구이니까, 자기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내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마의 행복이 아니라 돈을 준 내 자신이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 만큼 돈ㅇ르 달라고 했다. 영리한 차루, 얄미운 차루, 못난 차루...... 마드라스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차루의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생일 살면서도 '노 프라플럼!' 을 외치며, 푸웅푸웅 고무나팔을 울리며 세상 속으로 달려가는 차루!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집착과 소유를 벗어 던지지 못하는 내게 그는 잊지 못할 훌륭한 스승이었다.
--- p.


 

릴루가 말했다.

'사실 난 그때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고통이나 슬픔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지도 않았어요.그런데 성자가 내게 마음의 평화를 찾으라고 말하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거든요.그래서 난 그 성자가 그냥 아무에게나 그렇게 말하는가 보다고 생각했어요.'

그 기운은 바로 릴루가 내게 준 선물이었음을,흔들리는 기차에 앉아 멀리 인도 대륙을 바라보면서 나는 깨달았다.그토록 젊은 나이에 생의 고통을 체험한 뒤,홀연히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여행을 떠나기로 한 그 용기가 내게도 힘을 주었던 것이다.그 생명력이 어느새 내 안에도 옮겨와 있었다.
그 생명력 말고도,릴루는 헤어지면서 내게 자신이 두르고 있던 그 초록색 인도 스카프를 선물했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흘렀지만 난 아직도 그 스카프를 갖고 있다.가끔 그걸 꺼내 스카프에 매달린 작고 둥근 장식용 거울들을 들여다본다.그러면 또다시인도에 가고 싶다. 릴루는 잘 있을까.그녀는 정말로 강고트리의 그 성자를 만나러 떠났을까.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기 안에서 찾아냈을까.
--- p.133, 38-9


 

'두 유 원트 쉬-?'
쉬-하고 싶은가? 그런 뜻이었다. 어머니의 속삭임과도 같은 그 정겨운 '쉬-'라는 말을 듣는 순가 나는 마음 속에 있던 두려움과 고독감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수없이 들어서 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그 한마디가, 낯선 곳에 병들어 쓰러진 내 영혼을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
--- p.94


 

'당신은 형이 죽었는데 이 명상센터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가? 다들 앞으로의 일을 염려하고 있고,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아무렇지도 않은가?'
그러자 스와미 아난다는 대답했다.
'내가 왜 걱정을 해야 하는가? 이 명상센터는 내 소유가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내 소유가 아닌 것을 놓고 미래를 염려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스승은 우리에게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살라고 가르쳤지 않은가?'
그의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큰 깨우침을 주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우리의 것이란 없음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명상센터에 오지 않았던가. 미래에 살기보다는 '지금 여기'에 살기 위해 온갖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히지 않았던가. 다들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겼던 스와미 아난다는 어는새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무엇인가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스와미 아난다의 그 말은 나한테도 큰 지침이 되었다. 상황의 변화가 생기고 내 곁에 머물렀던 것이 떠나갈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으려고 할 때마다, 나는 스승의 어떤 가르침보다도 스와미 아난다의 그 말을 깨우침의 거울로 삼았다.
'그것은 내 소유가 아니지 않은가?
... --- p.120, ---pp.11-24, ---p.121,---pp,1-7


 

노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것이 곧 밝혀졌다. 그는 내가 그 갠지스 강가에 머무는 닷새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참마다 내 방 앞에 와서 필릴리 필릴리 피리를 불었다. 피리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면 미명을 헤치고 갠지스 강 위로 오렌지색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노인이 불어주는 피리곡 때문에 나는 날마다 새롭고, 뭔가 다른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마음이 내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1백 루피, 약 3천 원 정도를 적선한 덕분에 나는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노인은 내게 작은 베풂에도 보답하는 자세를 가르쳤고, 가난하지만 아직은 부유함을 잃지 않은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노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잘난 체하며 말한다. 나처럼 인도 여행을 멋지게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어떤 국가원수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연 아침마다 누군가가 와서 환상적인 피리소리로 잠을 깨워주었겠느냐고. 내가 알기론 인도 역사상 그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
--- p.115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 여행을 위한 서시 중에서


 

난 신이 인간을 만들때는 목적이 있다고 믿소. 누구는 달리기를 잘하도록 만들었고 누구는 장사를 잘하도록 만들었소. 반면에 내게는 문둥병을 주어 인생의 집착을 끊어버리도록 만든 거요. 하루에도 수십 구의 시신을 장작에 얹고 태우면서 신이 내게 부여한 삶의 목적을 깨달으라고 말이오.--- p.109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 자신임을 잊지 말게. 그대만이 그대를 구속할 수 있고 또 그대만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 거야.--- 본문 중에서

 

'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어요.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수 있을거예요'
비시누는 언제나 그렇게 희망적이었다. 단 한번도 내 앞에서 실망한 기색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땠지?'
대답은 한결 같았다.
' 오늘은 아무 소득도 없어요.하지만 내일은 뭔가 훔칠수 있을거예요'
--- p.57--아름다운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