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 SNS/직장인 블로그 만들기

[사진][남글]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 - 사람 살아가는 모습 애정 담아 찍으면 그게 명품

<인간가족> 전시회에 1천만명, 책으로도 4백만부
사람 살아가는 모습 애정 담아 찍으면 그게 명품

1955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획기적인 사진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그 당시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 비교해 봐도 규모나 기획에 있어 거의 기념비적인 문화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진가이기도한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이 전시를 총괄 지휘했습니다. <인간가족>은 전세계 68개 국으로부터 모은 503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름이 있는 사진가를 포함해 무명작가와 아마추어까지 포함해 모두 273명의 사진가들의 사진을 모았습니다.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윌리 호니스, 로버트 프랑크.... 등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는 것이 번거로울 정도로 사진의 대가들이 줄줄이 이 사진전시회에 등장합니다만 그 명성만으로 이 전시회가 빛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름없는 사진가들이 기록한 보통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이 더 큰 자랑거립니다.


이름 없는 사진가들 기록, 보통사람 삶 담겨 더욱 빛나

약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쳤는데 처음엔 2백만장 이상의 사진을 지구 구석구석으로부터 모았다고 기록이 전하고 있습니다. 1955년부터 1962년까지 세계 38개국에서 전시를 했으며 1,0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전시회를 구경했다고 합니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전시를 한다면 1,000만 명이 클릭하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음직도 합니다. 그러나 프린트된 상태로 직접 전시된 사진을 발품을 팔아가며 둘러보는 감동을 어찌 '클릭'과 비교하겠습니까. 이 숫자가 1,000만 명에 육박했다는 것은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으로도 나온 <인간가족>은 40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데 최근까지도 판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숫자에 감동하는 것은 사실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기적적으로 한국도 전시…그 감동으로 사진가 길 들어서기도

6년전 미국 연수시절에 포토저널리즘을 배울 때 사진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수십 권의 참고교재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뜯어본 것은 그 때가 사실상 처음이었습니다. 1955년에 전시를 시작하면서 책으로도 발간이 되었는데 한국에서도 1957년에 경복궁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원로 사진가 이형록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적이었다고 합니다.

<임응식선생이 스타이켄에게 전화와 편지를 통해 “한국 국민들이 사진전을 보기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감동을 받은 스타이켄이 한국전시를 결정했다. 1957년 4월 3일부터 28일까지 경복궁 미술관의 8개 전시실을 다 사용했는데 당시 “30만명이 입장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펴낸 사진집 ‘가까운 옛날’에서)

지금 한국의 사진가들 중 그 때 사진전시회를 본 감동 때문에 사진을 시작하게 된 분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름을 들면 누구나 알 만한 분들입니다.

이 전시의 제목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은 링컨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지구촌의 모든 인간들은 한 가족이란 느낌을 주는 제목입니다. 어찌보면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있는 모든 동식물이 다 한 울타리 안에 공존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이 그대로 사진집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에 푹 빠졌습니다. 그래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사진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을때 수강생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매주 과제로 올라온 사진품평에서 1위를 한 수강생에게 이 책을 상품으로 빌려주는 일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진품평에서 1위를 하고 책을 일주일 빌려본 수강생들의 이름이 책 속표지에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제목은 링컨 대통령 연설문에서 따와…사진설명 따로 없이 ‘경구’


저로서는 전시회를 볼 기회는 없었던 셈이었고 시대를 살아남은 이 책을 통해서 전시회의 감동과 흔적을 더듬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우주 창조를 시작으로 사랑과 결혼, 아기의 탄생과 성장등 지구촌 곳곳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책 표지입니다. 스타이켄은 이 사진을 특별히 마음에 들어해서 전시회때도 곳곳에 배치했고 책에도 마찬가지로 여러군데에서 등장합니다.  

원래 전시회에선 수소폭탄의 폭발 장면을 담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인류절멸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포함되었답니다. 사진집에는 수소폭탄의 사진은 없고 러셀의 한 구절을 인용한 설명문만 적혀있습니다.

"수소폭탄은 인류를 끝장 낼 수 있는 무기다. 우주적 차원의 파멸이 뒤따를 것이다. 운이 좋은 일부는 갑작스레 죽겠지만 그렇지않은 대다수는 질병과 고통 속에 서서히 고문을 당하듯 죽어갈 것이다"

<인간가족>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겪고 난 195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서 인간성의 회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엔 사진설명이 없습니다. 대신 곳곳에 후세에 귀감이 되는 경구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 사진옆에는 "누가 살해자이며 누가 희생자인가! 말하라!" 란 글이 적혀 있습니다. 과연 누가 전쟁의 승리자이며 누가 패배자입니까?

전쟁을 겪고 나서야 겨우 전쟁의 위험을 알게 되는 '인간' 은 참으로 미개한 종족입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겪고 나서도 그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또 전쟁을 시작하려는 '인간'도 있지 않습니까?

<인간가족>의 사진 몇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 강의 때 딸아이 사진 흑백 처리해 슬쩍 넣었더니만…

저는 <한겨레문화센터>의 사진 강의 때 이 책을 보여주면서 꼭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좋은 사진들이긴 하지만 그 명성에 눌릴 필요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선 여러분들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이다.” 강의실에서 불을 끄고 <인간가족>의 사진들을 보여주면 분위기가 자못 진지해집니다. 그래서 말미에 약간 장난스러운 짓을 합니다. 위에서 본 마지막 사진은 <인간가족>에 포함된 사진이 아니라  제 딸아이의 어릴 때 사진을 흑백으로 변환해서 슬쩍 끼워넣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눈치를 채는 분도 간혹 있지만 대체로 모르고 넘어갑니다.

좋은 사진은 그렇게 별난 것이 아닙니다. 사진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집의 가족들이나 동네 놀이터의 아이들, 직장의 동료들을 애정을 가지고 찍으면 그 모두가 소중한 사진이 될 것입니다. 

* 맨 아래 사진은 닭큐의 아주 예.쁜 딸입니다. 워낙 유명하니 다 아실려나? ^^


글/사진 한겨레 곽윤섭기자 kwaksaw@naver.com

출 처 : 곽윤섭 기자의 사진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