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의] 닭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강사로서 스토리텔링과 협업 말하다. 뭐. 대충 그렇다는 얘기.
2013년 3월 초.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조금 의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강의해 주실 수 있나요?"
가끔씩 블로그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을 강의하고 있는 닭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닭큐는 광명블로그의 경험으로 공공기관과 시민기자의 역할에 대한 경험담을 시민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있는 시민강사거든요. ^^
암튼, 당시 닭큐는 직장에서 신나게 <자르고, 풀칠하고, 발송하고>라는 직장생활의 백미<우편발송작업>이라는 심오한 업무를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에 오랜 시간 통화할 수 없어 짧게 “제안 감사합니다. 일정 확인 후 전화드리겠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기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지요. 뭐 이런저런 생각이 있었지만 나쁘지는 않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우선 아내에게 결재를 올렸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저희 부부는 맞벌이거든요. 서로의 일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 아. 여기는 닭큐. 본부. 본부 나와라 오바."
"치~직~ 여기는 본부. 말하라."
"선관위에서 나보구 강의해 달라는 메시지 수신. 언제구 언제임."
"치~직~ 돈 받고 하는거냐? 오바"
"보. 본부. 이것은 재능기능에 대한 시대적 사명과 국민에 대한 봉사로써 ..."
"치~직~ 뭐 사줄건가? 오바"
"ㅡㅡ;"
공공기관의 정책 논의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집단지성을 논하게 되는 이 성대한 파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의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닭큐는 돈과 권력을 함께 가진 아내와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만 했습니다.
쉽지는 않은 싸움이었습니다. 닭큐네 집에서 토요일 시간을 뺀다는 것은 '한 판 붙자'의 선전포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후 닭큐는 한 집안의 인사, 노무, 재무, 행정, 복지, 치안, 설거지. 아. 설거지는 빼고. 등 모든 권력을 움켜 쥔 절대 독재자 아내에게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부라는 사실을 입증하듯 마침내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정말 균형 잡힌 타협안이었습니다. 저. 정말입니다. 타협안을 공개하고 싶지만 이 부분은 저희집안의 최고 기밀등급을 부여 받아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ㅜㅠ
암튼 이후에는 강의 준비로 꽤 바빠졌습니다. 직장 다니며 강의를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인 <새벽>. 새벽엔 무한 강의 준비로 쪼꼼 바빴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새벽 3~4시에 잠이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새벽 3시에 잠들려고 비비적 거리면 최소한 4시 정도 되어야 눈이 감긴다는 사실. 그리고 직장에 출근. 신나지만 외로운 전쟁이었습니다.
근데 주말을 반납하고, 강의안을 혼자서 준비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이거 광명필진들이랑 협업하면 꽤 잼나겠는데?>
생각이고 뭐고 없이, 쓰던 강의안 그대로 제가 활동하고 있는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에 협업 건으로 올려버렸습니다. PPT에 쓸 이미지는 이거구, 들어갈 목차와 내용이 이렇다. 물론 목차 정도에 따른 설명만 있었고, 이에 대한 구체적 예시나, 체험담 등 수강하시는 분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그동안의 아이디어를 쏟아냅니다.
■ 컨텐츠는 실생활로 접근하자.
■ 닭큐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공감하긴 하지만 좀 더 세부적인 예시를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
■ 나는 처음 포스팅 할 때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고, 이런 부분을 얘기해 주면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같이'의 '가치'를 말하라.
...
총 45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꽤나 진지한 내용도 많았습니다. 총론 정도의 내용은 각론 수준으로 디테일하게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근데 ‘강의자료를 이렇게 만들어도 선관위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즉시, 선관위에 담당자에게 메일로 양해를 구했고, 담당자는 흔쾌히 이런 전 과정에 대한 동의를 주었습니다.
또한 필진 중 닭큐의 강의를 감시하고자 직접 양평으로 온다는 분들도 발생했습니다. 또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된 닭큐는 즉시 비대위(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대의명분을 내세워 위를 알차게 채우기 위한 모임)를 구성하고, 참가자 명단을 확보한 후 선관위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됩니다.
“선관위는 들어라!!! 우리는 선거관리위원회 블로그 기자단 강의를 맡은 닭큐의 무분별한 자기자랑을 감시하고, 이 나라의 무궁한 발전과 함께, 닭큐의 ‘난 잘생겼다’라는 믿기 어려운 팩트에 관한 메시지 전파를 막기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시민필진들을 주렁주렁 달고, 닭큐를 취재할 것이고, 사진도 찍을 거다. 감당할 수 있는가?”
맘씨 좋은 선관위 분들은 오히려 양팔 들고 대환영의 메시지를 회신해 줍니다. 어느새 선관위 담당자 분들도 광명시 시민필진과의 교류를 반기며,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멋진 필진 분들의 제안이라면 무조건 콜!콜!콜! ^^
사실 이런 내용은 선관위 블로그와 광명시 블로그의 협업이라 할 수도 있다고 닭큐는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기관만을 위해 정보공유 하지 않고, 서로 배격하고, 경쟁만 했던 타 기관 블로그에 좋은 사례라 닭큐는 생각합니다.
'같이'의 '가치'를 광명과 선관위는 함께 실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현 대통령께서 2012년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던 <정부 3.0>의 개념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각 부처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조금 더 새로운 분석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즉, 회사에서 모든 폴더를 공유하고, 이를 체계화 한 후, 필요한 자료 끌어다 쓰고, 자신의 노하우도 올려놓고, 이에 대한 분석을 여러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많은 사람이 이미 있는 자료는 활용하고, 그 자료에 자신의 정보를 추가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될 것이고, 이는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정보의 아카이브가 될 것이며, 집단지성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빅데이터>
라는 겁니다. 얼마 전 모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3년 10대 트랜드로 못을 박아버린 빅데이터라는 개념을 어찌보면 공공기관끼리 최초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선관위에 닭큐는 단순히 강의를 하러 간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선관위 블로그 운영자와의 인적네트워크를 쌓았고, 시민기자 분들의 열정을 배워왔습니다. 선관위는 양평까지 찾아온 광명블로그의 협업네트워크에 대해 많은 부분 궁금해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하기에 이르릅니다. 공공기관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라는 사실을 보여준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마당쓸고, 엽전줍고>의 정부 3.0 아젠다를 실천한 최초의 위대한 사례라는 말입니다. 이걸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 사진처럼 광명시민필진과 선관위시민기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며 되묻고 싶어질 겁니다.
암튼 이와 같은 필진의 적극적 참여와 선관위의 배려 및 정보공유에 너무나 감사했지요. 그래서 광명시민필진 카페에 말미에 아래와 같은 댓글 하나를 남겼습니다.
"내 함 쏜다."
물론 그분들이 이런 물질적인 혜택을 바라고 위와 같은 행동을 안했을 것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제가 한 1만 원을 가지고 커피를 한 잔씩 돌려도 거부하실 그럴 분들이십니다. 마. 맞을 겁니다. 쏘임을 당하실 분들이 아닙니다. (안 살려고 그러는 거 절대 아님. ㅡㅡ;).
<힘차게 미래를 향해 뛰고 계신 닭큐님 전신사진 +_+>
이후 닭큐는 관련자료를 취합하고, 이미지를 새로 넣고, 조금 더 바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분들의 아이디어를 제가 훼손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 닭큐는 강의자료를 챙기고 양평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드디어 시작인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직장인 강의] 닭큐,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강사로서 스토리텔링과 협업 말하다. 뭐. 대충 그렇다는 얘기.2/2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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